오늘은 그냥 주저리 주저리 글을 하나 남겨볼까 해요.
코로나19로 말도 많고 걱정도 많은 토론토를 벗어나서 Caswick이라는 곳에 잠시 올라왔어요.
토론토에서는 45분~1시간 남짓 거리.
Simcoe라는 큰 호숫가 옆에 있는 동네인데
날씨 탓인지 주택만 가득한 이 동네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유난히.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롭고 즐거운 자극으로 다가왔어요.
굉장히 활기찼고 열정적이었고,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처럼 누군가 나를 부르기만 해도 바로 튀어나가는 그런 적극적인 마음으로 가득찼던 시기였어요.
모르는 것은 모르기에 용감했고, 알고 있는 것은 알고 있기에 자신감이 되었고
모르는 대로 두려워하지 않고 알아내려고 몸을 움직여 노력했고, 알고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노력했어요.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움을 느꼈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번에 온 느낌은 왠지 좀 다르달까요.
세상 곳곳에 퍼진 부정적인 기운 때문에 그런지, 4월 5월에 돌아갈 것도 아닌데 한국으로 돌아갈 직항 비행기가 잠시 중단된다는 소식 때문에 불안해서 그런지, 캐나다에 고립된 것 같다는 마음도 들어요. 자유롭게 마음대로 나를 펼치기 위해서 이 곳으로 무리해서 왔는데 그래서 잘 견딜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온 지 이주일도 안되놓고선 돌아갈 걱정을 하고 있네요.
저는 지금 친구와 함께 쉐어하우스에 살고 있어요. 도착한 지 이틀 째 되는 날, 집주인(엄밀히 말하면 집주인은 아닌데 집을 계약한 사람)이 친구한테 연락해서는 제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느냐' '공항에서 어떤 검사 받은 거 있냐' '이 집에는 다른 세입자 및 내 자녀들도 있다' 이러면서 자꾸 제가 같은 집에 있어서 부담스럽다는 표현을 했더라구요.
친구가 나가는 오피스에서도 제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 2주간 자택근무하고 쉬는 게 어떻겟냐 해서
집에서 지내고 있기도 하는 상황이 있었구요.
저는 확진자가 나온 지역에서 온 것도 아니지만, 그런 걸 다 설명하는 것도 무의미하고,
이미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잠정적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 취급을 당하니 정말 당황스럽더라구요.
직접 저에게 그런 의심의 말들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엌도 잘 내려가지 않고, 화장실도 잘 가지 않게 되고
집을 돌아다니는 걸음 걸음이 정말 불편했어요.
나도 내 나라가 있고, 치료받고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왜 이 곳에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할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시하게 되기 보다는 약간은 움츠려들더라구요.
물론 지금까지 아무런 증상 없고, 건강관리를 그 어느 때 보다도 열심히 하고 있기에 건강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우선 2주의 자가격리 기간을 충분히 보내고 그 이후에 제가 아무 이상없으니 걱정말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네요.
지금은 다 지나가리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 라는 식의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가 않아요.
그렇게 지나갈 미래에 대해서 또 걱정을 하다보면 또 다른 걱정을 낳게 되고
그러면 순식간에 제 스스로가 불안에 잠식되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코로나가 창궐하건 치사율이 얼마이건 기존의 독감과 별다를 거 없다는 그런 긍정의 정보까지도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아졌어요.
그냥 다 피하고 안보고 안듣고 그렇게 당분간 지내고 싶어요.
질병에 걸리기 전에 마음의 질병에 걸릴 것만 같거든요.
어차피 지금 나갈 수도 없는 자가격리의 삶, 제 몸에만 집중하고 제가 원하는 것만 집중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될래요. 바이러스 따위 들어와도 모른 채 지나갈 수 있는.
오늘은 꽤 많이 불안했지만, 내일은 다시 내 할일을 찾아 불안이 나를 뒤덮지 않도록 즐겁고 가볍게 살거에요.
다들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들을 보내길.
캐나다 출국부터 지금까지의 생활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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